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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정 많은 브라질 사람들

by 메르쿠리오 2021. 7. 24.

중남미 여행 - 36일 차 ; 브라질

 

 브라질은 사실 가고 싶지 않았었다. 하지만 내가 가는 시기에 세계 3대 축제, 그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멋있다고 소문난 '리우 카니발'이 내가 가는 시기와 딱 맞았다. 그래서 원래 시계방향으로 가려고 했던 내 남미 여행도 일반적인 루트인 반시계 방향으로 돌렸다. 

 원래대로라면 상파울루에서 2시간 경유를 하고 바로 리우데자네이루로 넘어가야 했는데, 무려 2번씩이나 항공사 마음대로 비행시간을 변경해 상파울루에서 무려 10시간이나 시간이 생겼다. 워낙 막장이라 따질 가치도 없다고 생각해 그냥 비행기를 취소하고 새 비행 티켓을 끊으려고 했지만, 바로 전날이라 그런지 가격이 말이 안 됐다. 포즈 두 이과수에서 리우 직항이 무려 20만 원씩이나 한다니, 차마 그 돈을 지불할 순 없어 새벽 4시에 일어나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 덕에 브라질에서도 일출을 볼 수 있었다. 확실히 수도는 수도여서 그런지 높은 빌딩들이 많이 보였다.

 2시간이 채 안되어 상파울루 공항에 도착했다. 막상 공항엔 도착했는데 여행의 끝이 보이기 시작해서 그런지 또 해이해져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공항은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뭐가 있는지 등... 일단 짐을 공항에 맡긴 뒤 직원에게 물어봐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탔다.

그래도 상파울루에서 가장 안전한 물품 보관소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그림만 보고 사용법을 유추하긴 매우 힘들었다.

 근데 여행하면서 인복이 좋다고 느낀게, 버스를 기다리는 중에 한 브라질 친구가 말을 걸어왔다. 알고 보니 자기는 케이팝에 관심이 많아 한국인인 것 같아서 바로 말을 걸었다고 했다. 가면서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내가 필요했던 상파울루 정보들도 수집했다. 상파울루의 볼거리와 먹을거리, 그리고 브라질 커피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것도 이 친구한테서 듣게 되었다.
 시내에 내려 지하철까지 같이 타고 이동했다. 지하철 요금은 우리나라보다 비쌌고, 위협적이다라는 느낌을 받진 못했다.

나는 사실 목적지가 없었기에 이름이 맘에 든 Sé 역에서 내리기로 했고 아쉽게도 이 친구는 나보다 한참을 더 간 뒤에 내린다고 해 감사 인사를 하고 왓츠앱 메신저를 받아 브라질에 있는동안 일이 생긴다면 여기로 연락하라고 했다.

 그래도 Sé 역에서 내리길 잘 한게, 역 바로 앞에 있는 상파울루 대성당을 볼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대성당 앞임에도 불구하고 엄청 위험한 곳임을 처음에는 몰랐다. 

성당 앞에는 노숙자들이 호시탐탐 여행자들의 소지품을 노리고 있었다. 이곳이 위험하다는것을 나중에 돌아와서 알았다.

 성당 내부는 둘러보지 않고 배가 고파 먼저 주변에 보이는 아무 음식점이나 들어갔다. 세트 메뉴를 파는 곳인데 포어는 인사랑 감사합니다밖에 할 줄 모르고 직원은 영어가 아얘 안 통했다. 그래도 아저씨가 포르투갈어로 열심히 설명을 해줬지만, 그림을 보고 대충 햄버거같이 생긴 것과 음료 세트인 것을 하나 시켰다. 더운 날 먹는 오렌지주스는 정말 달콤했다.

여기 현지인들이 내가 밥을 먹는 도중 내 물건을 훔쳐가지 않을까라는 미친 망상을 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페소를 환전한 것만으로는 이제 더이상 아무것도 사 먹을 수 없었기 때문에 밥을 다 먹고 난 후 안전하게 식당 안에서 환전소를 찾았다. 구글맵에 나와있는 곳으로 가는데 솔직히 좀 많이 무서웠다. 그런데 무슨 깡인지 정신을 못 차리고 휴대폰을 꺼내어 상파울루의 살벌한(?) 느낌을 주는 거리를 당당하게 찍었다.

현지인들을 보는것 자체가 살짝 압박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런 무서운 분위기를 한 장은 담고 싶었다. 

 다행히 환전을 무사히 마친 후 브라질 커피 생각이 나 바짝 긴장하고 다닌 몸을 좀 달래기 위해 좀 괜찮아보이는 카페에 들어갔다. 여기는 직장인들이 많이 오는지 정장을 입고 다니며 노트북을 하는 사람이 꽤나 많이 보였다. 커피를 하나 시키고 휴대폰도 충전과 더불어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꽤나 긴 휴식시간을 가졌다.

오랜만에 각설탕 하나를 넣어 마셨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맛있었다. 브라질 원두가 유명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휴대폰 충전까지 만땅 채운 다음 유심을 사기 위해 찾아보았다. 몰랐는데 내가 유심을 산 곳 주변이 재팬타운이었다. 브라질에 일본 사람들이 많이 산다고 얘기는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일본 분위기도 꽤 나고 신기했다. 하지만 일본 사람은 생각보다 많이 보이진 않았다. 

 유심 개통을 하는데 내 여권을 확인하더니 갑자기 직원이 기생충 상받은걸 축하한다며 박수를 쳐줬다. 얼떨결에 그냥 한국인이란 이유로 박수갈채를 받으니 민망하면서도 재밌었다. 덕분에 유심을 만드는 동안 심심하지 않게 기다릴 수 있었다. 

 언뜻 가려고 준비하는 길에 전광판을 봤는데, 수치로 보니 더 더워지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의 여름수준으로 34도나 되었다. 상파울루가 이런데 리우는 더 덥다던데... 벌써부터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 생에 가장 더웠던 곳은 이과수 폭포이지 않을까 싶다.

하필 그늘도 별로 없어 온몸으로 태양을 막아야 했다.

 슬슬 리우를 갈 준비를 하기 위해 다시 지하철역으로 갔다. 공항버스가 내렸던 곳에 다시 도착했는데, 아까 아침에 브라질 친구가 말해준 브라질 국민 간식인 '꼬씽냐'를 팔고 있었다. 살짝 치킨텐더를 먹는 맛이 났지만 크게 특별한 맛은 없었다. 그래도 입이 심심했는데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남김없이 다 먹었다.

우리나라 지하철에서 델리만쥬를 팔듯이, 상파울루 지하철에선 꼬씽냐를 팔았다. 지하철에서 먹는것 치곤 나쁘진 않았다.

 상파울루에서 10시간을 넘게 보냈다 보니 리우에 도착할 땐 이미 해가 진 상태였다. 확실히 리우도 엄청난 대도시라는 걸 느낀게, 하늘 아래서 보이는 야경이 미국 시카고에서 본 것과 비슷했다. 리우는 올림픽 때 움짤로도 유명한 것을 많이 봐와서 그런지 확실히 더 긴장이 되었다.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항구를 가지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큰 예수상이 있으면서도 가장 위험한 곳 중에 하나라고 불리는 '리우'.

 게다가 교통비도 비싸 혼자가기엔 부담되어 공항을 나가는 한 여자애에게 가는 방향이 비슷하면 우버를 셰어 하자고 말을 걸었다. 다행히 그 친구도 가는 방향이 비슷해 같이 가기로 했다. 그 친구는 캐나다 사람이지만 리우에 자기 친구가 있어서 6번 정도 리우에 왔다고 했다. 그래서 리우가 얼마나 위험한지 이것저것 설명해주었다. 특히 가장 놀랐던 게, 우버 내에서 휴대폰을 하는 것조차도 안심할 수 없다고 한다. 내가 휴대폰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폰 불빛을 가리더니 이 빛을 보고 창문을 깬 다음 애들이 가져간다고 했다. 참, 택시마저도 안심하고 탈 수 없는데 어떻게 도시가 운영이 되는지 신기했다.

 그래도 내가 지내는 곳은 상대적으로 그나마 안전한 '코파카바나 해변'쪽이였다. 무사히 숙소까지 도착해 인사를 하고 안내를 받았다. 설명 중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은 방 안에서 예수상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코딱지만 하지만... 그래도 보인다는 것 자체가 어딘가.

그나마 다행인 건(?) 카메라로 보는 것 보단 잘 보였다.

 배가 고팠지만 밤이라 위험할까봐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리우까지 왔는데 끼니를 거를 순 없어 집주인에게 괜찮은 곳을 추천해달라고 해서 갔다. 해변가라 유명한 집들도 많고 2블럭만 지나면 식당가가 나온다고 해 그리로 갔다. 택시를 타면서 리우를 봤는데 집들이 다 감옥처럼 보였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갔다. 그래도 듣던 대로 그나마 안전한 곳이라 그런지 큰 위협이 느껴지진 않았다. 

 한 파스타집이 눈에 들어와 그곳에 들어가 메뉴를 시켰는데, 정말 오늘 안나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 특히 맥주가 정말 인생 맥주였는데, 이렇게 더운 날에 맥주와 파스타의 조합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완벽한 식사까지 한 뒤 안전을 위해 밤 해변은 보지 않고 바로 숙소로 들어가 내일 브라질 준비를 하기로 했다.

너무 고생해서 리우까지 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정말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맛있었다. 특히 맥주는 바르셀로나 이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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