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해외)

내가 원한 도시의 그림

by 메르쿠리오 2021. 7. 5.

중남미 여행 - 32일 차 ; 아르헨티나

 

 어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특별한 피자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오늘은 햄버거가 아닌 피자로 하루를 시작하기로 했다. 1934년에 오픈해 90년 가까이 오픈하고 있는 피자집이었는데 인테리어부터 완전 내 취향이었다. 특히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국기 색인 하늘색으로 도배되어있는 게 정말 마음에 들었다. 구글맵 리뷰도 무려 2만 개가 넘었다. 여기 피자 중 양파가 들어간 피자가 정말 유명하다고 해 양파 피자 한 조각과 다른 맛있어 보이는 피자 한 조각, 그리고 피자에 빠질 수 없는 맥주까지 시켜 점심부터 근사하게 먹었다.

가게 분위기와 서비스, 맛 3박자가 다 정말 좋았던 '엘 꽈르띠또'. 특히 양파피자의 치즈가 정말 환상적인 맛을 자랑했다.

 그래도 참 다행인게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날씨는 지금까지 계속 좋았다. 천천히 산책하며 따스한 햇빛도 받을 수 있는 '레꼴레타 공동묘지'로 갔다. 서양은 우리나라랑 다르게 공동묘지를 공원과 비슷한 느낌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둘러보며 산책을 겸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죽은 사람의 비석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엄숙하지만 우울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화려한 조각상들이 많았던 '레꼴레타 공동묘지'. 외람된 말이지만 이런곳에서 안식을 취하려면 생전에 돈이 정말 많았겠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며칠 있다 보니 지나왔던 곳을 자주 지나치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 보니 주변의 성당들이 보여 오랜만에 유럽 생각도 많이 나고 그래서 들어가 보았다. 그래도 꽤 유명한 곳이였는지 성당 무덤에 아르헨티나 깃발과 함께 경비병들이 지키고 있었다. 아무래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외치던 독립투사였던 것 같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핑크 하우스'는 언제 봐도 멋있었다. 아르헨티나 깃발은 정말 어디에도 잘 어울렸다.

확실히 남미라 그런지 날씨가 정말 더웠다. 그래서 중간에 한 펍에 들어가 칵테일 한잔을 시켰다. 우리나라에서는 혼자 펍에 들어가 칵테일 한잔을 마시며 분위기를 볼 자신이 없어서 못하겠지만, 이상하게 외국만 나오면 자신감이 생긴다. 

한국에선 언제쯤 혼술에 성공할 수 있을까.

 탱고와 더불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가장 즐기고 싶었던 문화중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재즈였다. 오늘 마침 재즈를 보러 같이 갈 사람을 찾는 분에게 연락해 부에노스 아이레스 3대 재즈바 중 한곳인 '노토리우스'를 예약하고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오늘도 어김없이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소고기 질이 너무 좋아서 그런지 질릴 일이 없었다. 정말 아르헨티나 한 달 살기를 하게 된다면 살이 5키로는 찌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비스트로보다는 펍&레스토랑에 가까운 곳이였지만 1일 1스테이크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다 먹고 일찍 가서 대기하기로 했다. 10시 공연을 예약했는데 10시가 되도록 앞 공연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기다리는 사람들 다 지쳐있는데, 그래도 한 할아버지가 탱고는 여유롭게 기다리는거라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우리는 재밌어 보였는데 관리인은 불편했는지 금방 제재당했다. 그래도 할아버지의 열정은 멈출 수 없다는 듯이 몇 번이고 춤을 추는 것을 반복했다.

정말 오래기다렸지만 그래도 할아버지 덕에 지루하진 않았다. 주변 소품들도 레트로 감성 덕에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약 1시간이나 공연이 미뤄져 11시에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앞자리에 앉아 맥주를 한잔 시키고 공연을 볼 준비를 했다. 앞 팀이 오늘 하루동안 공연을 계속하는 줄 알았는데, 시간대마다 공연 팀이 바뀌는지 아쉽게도 전 타임에서 노래를 부르던 여성 보컬은 보이지 않고 남성 트리오가 앉아서 공연을 시작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정통 재즈가 아니라 퓨전 재즈여서 재즈 초보인 나에게도 상당한 흥미를 이끌게 해 주었다. 새벽이 넘도록 공연이 진행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피곤하지 않고 정말 재밌게 보았다. 그 후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는데 역시 길만 잘못 들지 않으면 아르헨티나도 크게 위험한 도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즈의 흥미를 일깨워 준 '노토리우스'.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다시 가게된다면 꼭 재방문 할 것이다.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여행지 가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을 이용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여행기(해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미의 파리, 그 마지막 모습  (2) 2021.07.12
꼬레아르헨티노  (0) 2021.07.07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1) 2021.06.28
그럼에도 아르헨티나가 좋은 이유  (1) 2021.06.23
절대 겪어선 안될 일  (0) 2021.06.1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