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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그럼에도 아르헨티나가 좋은 이유

by 메르쿠리오 2021. 6. 23.

중남미 여행 -30일 차 ; 아르헨티나

 

 어제 호프집에서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시고도 아침 일찍 잠에서 깼다. 아무래도 어제 일에 대한 흥분이 아직도 가시지 않아서겠지. 어제 일 덕분에 오늘은 아침부터 할 일이 생겼다. 가방에 여권을 넣어놨는데, 하필 어제 가방을 털리는 바람에 새로 여권을 발급받으러 가야 했다. 아무래도 어제 그런 일을 당하다 보니 오늘은 안전하게 우버를 타고 대사관으로 향했다.

대사관이라는 곳을 살면서 올 일이 있었을까 했는데, 그 꿈이 원치 않게도 이루어졌다.

 대사관에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정말 위험할 뻔했다고 했다. 그 지역에 가서 살아 돌아온 게 다행이라고 말할 정도로... 정말 다행이긴 했다. 가방 하나 뺏으려고 칼까지 들고 다니는 애들이니.
이왕이면 복수 여권을 만들고 싶었지만, 2주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해 그렇게까지 시간이 있진 않아 어쩔 수 없이 단수여권을 만들기로 했다.
 단수여권 신청을 한 뒤 근처 스타벅스로 가 어제 그 친구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이전엔 스타벅스의 저 고리가 왜 필요할까 생각해봤는데 지금 보니 저런 안전장치가 왜 우리나라엔 없었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스페인어로 적힌 문구를 대충 직역해보면 '너 가방 조심해'라는 뜻정도 되는 것 같다. 참 이런걸 보면 우리나라 치안은 알아줘야한다.

 어제는 정말 멘탈이 무너져 내려 단수여권을 발급받은 뒤 바로 여행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갈까 생각했지만, 무한 긍정의 사나이답게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아르헨티나 시내를 나가기로 했다.
 스타벅스를 나와 가장 먼저 간 곳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중심인 오벨리스크로 갔다. 아무래도 남미의 파리라는 별명과 탑이라는 구조때문에 에펠탑이랑 비교를 하자면 한없이 초라해지지만, 그래도 나름의 매력은 있었다.

무엇보다 날씨가 다했다. 오벨리스크보다 더 아쉬웠던 것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사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

 오벨리스크에서 우버를 타고 메시의 고향인 라 보카로 갔다. 사실 난 축구에 관심이 없어 이런 지역자체도 검색해 보지 않아 못 올뻔했지만, 이 동네에 안 왔으면 확실히 아쉬웠을 것 같았다. 마치 이탈리아의 부라노 섬처럼 진한 색의 집들과 원색으로 칠해진 경기장이 정말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경기장 앞 메시 동상은 덤. 버스킹으로는 탱고도 진행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동네 구경을 했다. 그런데 이 라 보카 지역도 골목 몇 개만 잘못 나가도 바로 빈민촌 구역이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해 날이 서있는 상태라 우리는 오랫동안 있을 수 없었다.

이탈리아의 부라노 섬같이 알록달록한 색상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색을 더했다. 축구를 제외해도 정말 많은 매력을 가진 '라 보카'.

 원래 어제 가려고 했던 엘 아테네오도 결국 오늘 갈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란 타이틀답게 정말 오페라 극장에 온 줄 알았다. 사실 책은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인테리어 자체가 너무 화려해 처음엔 책을 사려고 했으나 원하는 책을 찾기도 힘들거 같아 보여 결국 서점 구경만 주구장창 하게 되었다. 특히 여기 서점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여러 지점이 있는데, 그중에서 El Ateneo Grand Splendid에 가야 가장 아름다운 오페라 서점을 볼 수 있다.

사실 외관부터 서점이라는 생각보단 말 그대로 오페라 극장에 온 것 같았다. 책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서점 구경중에 한 친구가 환전을 한다고 얘기했다. 여기에 사시는 한국분에게 환전을 하길래 안전이 최우선인 지금 나도 같이 환전을 진행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암 환전보다는 조금 덜 쳐주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안전이 1순위였기 때문에 200달러 정도 먼저 환전을 진행했다.
 환전을 한 후 친구들은 돈을 아끼기 위해 집에서 요리를 해먹고 온다고 했다. 마침 그때 남미 단톡 방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는 사람들 중 저녁을 먹을 동행을 찾고 있었다. 연락을 한 후 메시 단골집으로 소문난 '라 브리가다'를 갔다. 생각해보니 스페인에서도 메시 단골집을 찾아갔었는데, 사실 축구를 크게 좋아하진 않아 선수를 볼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보단 선수가 먹을 정도면 얼마나 맛있을까라는 마인드로 갔다.
 외관부터 합격 목걸이를 주고 싶었다. 간판부터 고급진 네온사인과 함께 파리의 레스토랑같은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내부에 들어가서도 서버의 과한 친절과 와인 추천 등 정말 최상의 서비스와 가장 중요한 맛까지 대접받았다. 세계에서 소고기가 2번째로 싼 나라에 와서 3일 만에 제대로 된 스테이크를 먹다니, 그래도 3일을 기다려서 먹은 값어치를 충분히 해 다행이었다.

가격도 말도 안되게 저렴한데, 우리나라에서 먹은 스테이크보다 더 맛있었다. 이건 정말 반칙이 아닐까.

 식사를 마친 후 그 친구들과 다시 만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심볼이라고 할 수 있는 ‘탱고’를 보러 갔다. 약 1시간 동안 진행하는 무대였는데 전통 탱고가 아닌 현대식으로 재 해석한 퓨전 탱고여서 그런지 박자감도 더 있고 신나는 노래를 좋아하는 나에겐 끝까지 몰입감 있게 볼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탱고 댄서들이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포토타임도 주었다.

탱고를 위한 메이크업이 살짝 부담되었지만, 그래도 가장 적극적으로 사진에 참여해주신 댄서였다.

 탱고를 보고 나오니 늦은 시간이라 좀 걱정했는데, 의외로 시내는 꽤나 안전한 느낌을 받았다. 남미의 파리답게 화려한 야경도 빼놓을 수 없었다. 강도를  당한 지 24시간 만에 벌써 안전불감증이 다시 도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번 하루는 제대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하루였다.

그래도 확실히 시내쪽은 안전한지 술집과 클럽이 문을 닫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어제의 일을 완전히 날려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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