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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세상을 깨우는 일출

by 메르쿠리오 2021. 5. 26.

중남미 여행 - 24일 차 ; 칠레

 

 어제 아후 통가리키를 봤을 때부터 일출은 무조건 이 곳에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으로 일출 시간을 검색한 뒤 그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 간단하게 세면을 한 뒤 바로 ATV에 시동을 걸었다. 어제 길을 가봤으나 새벽에 출발해서 그런지 어두컴컴해 무섭기도 했다. 그래도 일찍 출발한 건지 새벽 도로는 낮의 도로보다 더 한산해 오히려 낮보다 더 속도를 내 마을과 정반대에 있는 곳인 아후 통가리키까지 갔다.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입장 대기를 하고 있었다. 마을을 제외하고 모아이들이 있는 곳은 다 티켓을 확인하기 때문에 아직 직원이 오지 않아 대기해야 했다. 그래도 워낙 일출로 유명한 스팟인지 다행히 일출 직전에 직원들이 와 티켓 검사를 하고 난 뒤에 바로 입장을 할 수 있었다.

직원들이 휴대폰 후레쉬로 불빛을 비춰 티켓을 확인하고 있었다. 지평선으로부터 보이는 태양빛에 기대감은 증폭되었다.


 중앙에 자리를 잡고 해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슬슬 모아이 뒤로 하늘 색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은 우유니라고 생각했는데, 단 일주일 만에 일출 순위가 바뀌어버렸다. 15명의 모아이 뒤로 해가 뜨는 모습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참과 감동이 있었다.

모아이는 마치 어벤져스처럼 세상을 깨우는 일출이 아닌 종말을 막으러 온 듯한 듬직한 모습으로 우리를 지켜주는 느낌이였다.


 게다가 하늘 빛이 우유니에서 본 일출과 매우 흡사한 느낌이 들었다. 구름 사이사이로 핑크빛 하늘이 완성되니 우유니에서 모아이가 추가된 더 완벽한 일출이 완성되었다.

우유니 일출은 데칼코마니로 인해 구름이 많이 끼는게 정말 아름다웠는데, 이스터섬도 많은 구름 덕인지 핑크빛 하늘로 물들여졌다.

 해가 바다위로 완전히 올라오니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출도 다 봤고 비도 생각보다 많이 내려 슬슬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며 태평양 지평선 바로 위에 있는 태양을 보니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행복해서 웃음이 나왔다. 오늘 다시 산티아고로 돌아가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숙소로 돌아오니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다시 푸른 하늘과 잔잔한 파도가 치고 있었다. 주유소에 들려 기름을 가득 채우고 ATV를 반납했다.

갈 때가 되니 구름이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양 갈래로 갈라지고 있었다. 우기의 유일한 단점인듯 싶다.

 처음 이스터섬에 도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돌아갈 때에도 호스텔 주인이 공항까지 데려다주었다. 이틀밖에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행복했던 이스터섬을 떠나기가 싫었다. 이스터섬 비행기는 연착도 잦다고 하는데 정말 칼같이 출발했다. 너무 좋았던 곳이어서 다음번엔 바닷속에 있는 모아이를 찾기 위해 다시 올 거라는 나와의 약속을 하고 산티아고로 다시 돌아갔다.

제주도의 반의 반도 안되는 크기인 모아이섬. 하지만 매력은 2박으로는 택도 없이 부족했다.

 연착을 예상해 산티아고에서 푼타 아레나스행 비행기를 새벽 6시 비행기로 예약했다. 하지만 연착 없이 제시간에 도착해 약 12시간 동안이나 산티아고에서 시간이 남았었다. 그래서 밖을 나갈까 고민하다가, 산티아고가 오늘 크게 시위를 한다고 해 최루탄을 맞은 게 생각이 나 얌전히 공항에서 다음 비행기까지 버티기로 했다. 예전에 중국에서 독일로 대기할 때보다 긴 시간이어서 정말 기다리는 게 지루했다. 저녁을 뭘 먹을까 공항 여기저기를 찾아보는데, 마땅히 먹을만한 게 없었다. 그래서 결국 오늘도 햄버거를 먹게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이스터섬에서 햄버거를 먹지 말걸...

햄버거만 해도 무려 한화로 약 만원정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비싼 만큼 맛은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 뒤로 공항 화장실에서 씻은 다음 비어있는 긴 벤치를 찾아 노숙을 취했다. 정신이 없었는지 세면도구를 화장실에서 챙겨 오지도 않고...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여행지 가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을 이용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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