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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국내)

서울의 중심으로 등산을

by 메르쿠리오 2022. 4. 11.

접근성과 전망을 모두 갖춘 완벽한 산

 

 서울의 중심에는 남산만 있는 줄 알았던 서울 토박이, 최근 20대 대통령이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한다고 해 청와대의 위치를 한번 검색해보았다. 그러다 우연히 인왕산에서 청와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는 글을 찾게 되었다. 수락산과 도봉산은 가 보았지만, 서울의 중심에 있는 인왕산은 생각해보니 한 번도 올라가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무려 연차를 쓰고 출발하게 된 인왕산 당일치기.

 서울 중심에 있기에 가는 방법이 정말 많았는데, 그 중에서 내가 선택한 길은 경복궁을 통해 가는 길이였다. 게으름으로 인해 경복궁에 도착했을 땐 이미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있었다. 점심을 먹지 않고 나왔기에, 그리고 등산을 목적으로 왔으니 건강하게 점심을 먹고 싶은 마음에 샐러드 집을 찾았다. 지하철 안에 샐러드 가게가 있었기에 나가기 전 샐러드를 먼저 먹고 가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연어와 아보카도, 가격이 꽤 나가긴 했지만 구성이 정말 좋았다. 무엇보다 점심시간 이후에 방문해서 샐러드 종류가 별로 없었다.

  역시 성인 남성이 샐러드로 배를 채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그래도 등산하는데 배불러서 걷기 힘들면 안되기에 적당했던 것 같다. 경복궁 출구에서부터 친절하게 안내가 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었다. 경복궁 근처라 그런지 스타벅스도 한글로 새겨져 있었는데, 이럴때 보면 한글이 정말 아름답다고 느낀다.

지하철 출구에서부터 친절히 안내해준다. 아쉽게도 스타벅스는 다음기회에 오는걸로.

 처음엔 천천히 걸어가려고 했지만, 눈앞에서 인왕산을 가는 버스가 도착했다. 그래, 어차피 지하철을 탔기 때문에 환승도 되니 여유롭게 버스를 타고 올라갔다. '윤동주 문학관'에서 내리니 버스 바로 맞은편으로 인왕산 둘레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애초에도 그렇게 높지 않은 인왕산(339m)인데, 이미 버스로 꽤나 높이 올라와 등산이란 말이 무색하긴 하지만, 한살 한살 먹어가면서 체력이 조금씩 딸리는게 느껴졌다. 

하필 이날 날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었다. 

 둘레길을 따라 가니 2022년의 상징, 호랑이 동상도 볼 수 있었다. 원래 있었던 동상이겠지만 호랑이의 해에 보니 또 감회가 새로웠다. 위에서 청와대가 보이는 순간이 있었는데, 막상 날이 너무 흐려 제대로 보이지 않아 원래 계획했던 목표는 담지 못했다. 참 여행이란게 정말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그래서 더 매력적인것 같다.

호랑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귀여운 발바닥을 가지고 있던 호랑이 동상. 청와대는 아쉽게도 제대로 담지 못했다.

 천천히 둘레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 청와대를 보기 전 놀라운 건물을 하나 보았다. 이전에 김신조 사건으로 인해 경찰 초소로 지어졌던 곳을 카페로 리모델링 한 곳이였다. 산 중턱에서 서울 시내를 바라보며 쉴 수 있는 카페라니, 스타벅스는 패스했어도 여기는 놓칠 수 없었다.

인왕산 중턱에 위치한 초소책방, '더 숲'.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곳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카페에서 시내를 내려다 보는 뷰가 일품이였다.
초소를 이렇게 리모델링 할 수 있다니, 게다가 다행히 날씨도 맑아지기 시작했다.

 잠시 쉬어갈 겸 테라스에 앉아 시그니처 카페를 마셨다. 아직은 생각보다 날이 추웠기에 안으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다. 그 사이 유리창에 비친 맑아진 날씨를 보니 괜스레 내 기분도 업되었다.

맑아진 창문으로 보는 하늘과 카페에서 본 시티뷰. 날은 맑아져도 미세먼지가 많았던걸까...

 슬슬 자리를 정리하고 다시 둘레길을 걸었다. 카페를 지나 얼마 있지 않아 곧 카페에서보다 더 시야가 뚫린 시티뷰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왔다. 이렇게 보니 서울이 진짜 산이 엄청 많구나. 그리고 그 중심엔 남산타워가, 공기만 좀 더 좋았더라면. 그래도 오랜만에 서울 시내를 바라보니 새삼 대도시라는게 실감이 났다.

파라노마로 찍은 인왕산에서의 시티뷰. 둘러쌓인 산 아래서 옹기종기 모여있는 서울 시내.

 위에서 부터 시작해서 그런지 어느새 벌써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다. 표지판을 보니 '수성동 계곡'이 있다고 해 주변을 열심히 둘러보았지만 계곡은 나오지 않았다. 거진 30분을 헤맸는데, 갈대밭만 보였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없어 물어볼 수도 없고...

접근성이 좋아서 사람이 많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이 시간대에 정말 사람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포기하고 내려가니 그제서야 수성동 계곡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추운 날씨 덕인지 메말라있어 계곡다운 느낌은 찾기 힘들었다. 나중에 비가 많이 내려 유량이 좀 많아지면 다시 한번 찾아 와야지. 다른것보다 내 이름과 동일한 계곡이였기에 더 정감이 가는 것 같았다.

계곡을 찾았으나 일부는 얼어있는 상태였다. 추운 겨울이 지나 나무에 잎이 피면 더 아름답겠지.

 계곡을 내려 시내로 나오니 레트로 감성이 가득한 곳에 도착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거기다 아이유의 노래 '책갈피' 뮤비를 촬영했다는 '대오서점'을 여기서 보다니.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지날수록 점점 더 허름해져 가는 간판을 보니 안쓰러움이 먼저 들었다. 다음에 누군가와 같이 온다면 대오 서점 내부도 들러보고 싶었다.

 점점 더 허름해져 가는 대오서점. 사진 찍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셔서 내부는 촬영이 힘들었다.

 인왕산 등반을 끝내고 생각해보니 남산도 제대로 올라가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다음 번에는 남산에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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