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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코로나 이전의 여행, 그 후

by 메르쿠리오 2021. 9. 7.

곧 끝날거라고 생각한 뒤 열심히 다음 여행을 준비하며

 

 코로나 덕분인지 난생 처음으로 일본땅을 밟게 되었다. 정말 바로 옆나라라서 그런지, 인천공항에 온 것으로 착각할 만큼 한국어가 많이 적혀있었다. 인천공항이 시설이 제일 좋은줄 알았는데, 나리타공항도 만만치않은 청결을 보여주었다. 

 코로나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본에 왔으니 일식이라도 한번 먹고 갈까 했는데 새벽 6시에 공항에 도착해서 그런지 가게가 전부 닫혀있는 상태였다. 아쉽게도 쇼핑도 못해 주구장창 의자에 앉아 대기하다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에 탔다. 2시간도 안걸렸던 것 같은데, 나름 국제선이라고 기내식도 챙겨주었다. 

 겨울이라는 것을 잊은채, 공항에 도착했다. 하루아침에 반팔에서 긴팔을 입으려니 적응이 잘 안되었다. 그래서 답답함에 가볍게 입고 나갔는데, 16시간을 쓴 이 냄새나는 마스크 덕에 얼굴만은 따뜻했다.

 원래 금요일 도착이였지만 딜레이로 인해 일요일인지도 몰랐다. 집에 왔을때 아빠가 있었는데, 분명 나는 집에 6주를 넘게 떠나있었지만 마치 어제 본것같았다. 아빠랑 살면서 몇번 안되는 포옹을 하고 바로 삼겹살에 소주를 먹으러 갔다. 세상에 이거보다 맛있는 음식이 있을까, 삼겹살 먹을때 밥을 한공기를 다 안먹는데 오늘따라 한공기에 냉면까지 추가로 먹었다.

그냥 말이필요없다. 미각 잃은 사람도 돌아오게 만들 마성의 삼겹살.

 나름 비행기에서 꾸준히 잤다고 생각했는데도 역시 장기여행이라 몸이 많이 피곤했는지 저녁 6시쯤 잠이 든 뒤로 12시간을 넘게 잤다. 다시 눈을 뜨면 중남미의 한 호스텔에서 시작할 것 같았지만, 현실에 돌아왔다. 거기다 밖에 사람들은 다들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많지는 않지만 여러 기념품들도 사왔는데, 불과 몇달 사이에 중남미와는 다른 이유로 밖이 위험하다고 생각이 든 적은 처음이였다. 일단 졸업이기도 했고, 돈도 탕진해서 왔기 때문에 당분간은 어디 나갈생각은 들지 않겠지, 그리고 이 '코로나'라는 바이러스도 곧 종식하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현실로 돌아와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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