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여행 - 42일 차 ; 멕시코
드디어 나만의 해외여행 버킷리스트, 해외 놀이공원을 가는 날이 왔다. 놀이공원은 오픈 전 도착이 국룰이기 때문에 아침 일찍 소깔로 광장에서 동행을 만나기로 했다. 해 뜰 때 보는 소깔로는 정말 멋있다는 느낌이고, 해 진 후에 보는 소깔로는 정말 화려하다는 느낌을 주니 이 광장은 언제 봐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남미의 놀이공원 문화를 아직 내가 잘 모르는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았다. 어젯밤 숙소에서 자기 전 놀이공원 티켓을 끊으려고 했는데 일일 권으로 예약하는 것보다 연간 회원권이 더 저렴했다. 여기서 1차적으로 이해가 안 갔지만, 연간이 더 저렴하다고 하니 일단 그걸로 구매했다. 그리고 난 다음 동행을 만나 오늘 우버를 타고 멕시코 식스 플래그로 갔는데, 2차 멘붕이 왔다. 오늘이 무슨 프라이빗 데이라고 해 초대받은 티켓을 가진 자들만 들어올 수 있다고 얘기했다. 이게 무슨 소리지,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나는 연간이용권을 구매했는데... 입장이 계속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렇게 앞에서 작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보니 프라이빗 티켓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오기 시작했다. 우리의 사정을 듣더니 그러면 티켓 하나 줄까? 라면서 티켓을 건네주었다. 그 뒤에 잠깐만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표를 하나 더 구해왔다. 그 사람 덕분에 프라이빗한 멕시코 식스 플래그에 입장이 가능했다.
이때까지 워낙 컨셉이 확실한 놀이공원을 다녀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입구는 상당히 평범했다. 그래도 미국에서 악명 높은 놀이기구가 많은 식스 플래그답게, 멕시코에서도 어마무시하게 많은 롤러코스터가 보였다. 사실 컨셉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놀이기구의 스릴이기 때문에 평범한 놀이공원의 모습이어도 기대감을 숨길수가 없었다.
하지만 곧이어 3번째 멘붕 타임이 왔다. 원더우먼이라는 놀이기구를 타러 갔는데, 물병을 들고 오면 안된다고 했다. 어차피 뚜껑도 있고 소지품 넣는 칸에 물병을 넣고 탈 텐데, 왜 안되냐고 물으니 규정상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물병을 버리고 갔더니 이번엔 신발 트집 잡으면서 물고 늘어졌다. 그냥 슬리퍼도 아니고 뒤꿈치에 밴드가 있어서 벗겨지지 않는 슬리퍼인데... 슬슬 짜증이 나 그냥 안 타고 말지 하고 다른 놀이기구를 타러 갔다.
롤러코스터를 몇개 더 탄 뒤에 배가 고파 식당을 찾았다. 가격대가 다른 놀이공원보다도 더 비싸다고 느껴져 정말 간단하게 때운 뒤 물이나 한병 더 샀다. 그다음에 다시 원더우먼 놀이기구로 갔는데 직원이 바뀌었는지 우리가 슬리퍼를 신던 물병을 들던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덕분에 호다닥 타긴 했지만 힘들게 탔는데도 불구하고 크게 스릴 있진 않았다.
롤러코스터가 정말 많아서 좋긴 했지만, 유로파파크의 실버스타처럼 극악의 스릴을 자랑하는 놀이기구는 없었다. 식스 플래그가 정말 무서운 롤러코스터가 많은 걸로 유명해서 멕시코에 왔을 때 반드시 들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마도 미국 한정이었나 보다. 몇 안 되는 후기 중에 가장 무섭다고 소문난 놀이기구는 하필 오늘 점검에 들어가 탈 수가 없었다.
식스플래그에 입장할 때부터 프라이빗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이벤트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래도 그 프라이빗 덕에 대부분 놀이기구를 줄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바로 탑승할 수 있어서 놀이공원을 예상보다 좀 더 일찍 나오게 되었다.
소깔로에 도착하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지금 모습은 또 쿠스코의 아르마스 광장이 생각났다. 어쩜 이렇게 시시각각 색다르면서도 멋있는 모습만 보여줄까. 도착해서 놀이공원 동행과 헤어진 뒤 한참을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쩌다 보니 어제 테오티우아칸을 같이 갔던 그 사람과 연락이 닿아 오늘 저녁도 같이 먹기로 했다. 그런데 쇼핑을 끝내고 온다고 해 나도 선물이나 살 겸 리바이스로 들어갔다. 멕시코만의 특별한 리바이스가 있었는데, 바로 옷 이미지 커스텀이 가능하다는 것. 아빠와 동생 선물을 하기 위해 원하는 디자인을 하나씩 골라 실시간으로 이미지가 입혀지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나라의 육개장처럼 동유럽에는 굴라쉬 같은 메뉴가, 멕시코에는 '포솔레'라는 메뉴로 있었다. 오랜만에 빨간 국물을 보니 정말 군침이 돌았다. 사실 육개장보단 태국의 똠양꿈이랑 더 비슷하다고 생각되지만, 똠양꿈 특유의 그 요구르트 같은 맛은 없어서 먹기가 훨씬 편했다.
밥을 다 먹어갈때쯤, 갑자기 고산 증세가 왔다. 밥 먹다 말고 화장실로 뛰쳐가 변기를 붙잡고 있었다. 깨질 것 같은 두통과 함께 헛구역질을 몇 번 하다가 변기 옆에 쓰러지다시피 누웠다. 한 10분 정도 지나니 정신머리를 붙잡을 수 있을 정도는 되 다시 화장실로 나와 동행분한테 양해를 구했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직원이 팁을 요구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군말 없이 팁을 줬겠지만, 상태가 진짜 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 와서 생각하면 좀 미안하지만 동전을 던지다시피 주고 왔다. 식당을 나오자마자 길바닥에 앉아 최대한 숨을 많이 쉴 수 있도록 고개를 들어 심호흡을 했다. 원래 밥 먹고 펍이나 바를 들리려고 했는데, 상태가 영 말이 아니어서 일찍 숙소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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