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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누워서 즐기는 카니발

by 메르쿠리오 2021. 8. 4.

중남미 여행 - 39일 차 ; 브라질

 

 간단한 빵과 바나나, 커피를 제공해준 덕에 아침을 먹고 숙소 주인에게 Obrigado(감사합니다)를 연발한 뒤 상파울루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나섰다. 오늘도 어김없이 빵산이 눈에 아른거렸다. 나도 저기 사람들처럼 빵산을 끼고 조깅 한 번이라도 했었어야 했는데...

항상 리우를 보면 어디를 가든 빵산이 먼저 보였다. 언젠간 다시 오기를 희망하며...

 공항에 도착했는데 공항 유리창 한쪽이 깨져있었다. 깨진 유리창을 보니 어제 브라질의 치안이 다시 생각났다. 그래도 저번에 상파울루를 갔을 땐 재팬타운도있고 아무래도 수도다 보니 리우보단 더 안전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세계 어디에서든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항에서 유리창이 깨져있는걸 보니 새삼 다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가 운이 좋았을 뿐, 상파울루도 전혀 안전하진 않았다. 그때 갔던 Se역 근처 호텔에 예약을 해놓고 기억을 살려 도착했는데, 호텔과 지하철역까지는 불과 300m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골목길을 잘 몰라 휴대폰으로 지도를 잠깐 보면서 걸었는데,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소매치기들이 내 휴대폰을 낚아채려고 시도했다. 정말 운 좋게도 휴대폰에 핑거링을 부착해 놔 휴대폰을 뺏기진 않았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내가 골목에 들어갈 때까지 몇 번이고 시도를 하며 내 주위를 빙빙 돌았다. 정말 무서웠지만 바로 휴대폰을 안주머니에 넣고 일단 눈에 보이는 골목으로 들어왔다. 그러더니 저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정말 소름이 끼쳤지만 다행히 휴대폰은 무사히 지킬 수 있었다.

 호텔 안으로 들어오니 무서워서 나가기가 싫었다. 그래도 일단 끼니를 거를순 없어 짐 정리를 한 다음 리우 카니발처럼 단단히 준비한 뒤 밖을 나갔다. 여기서도 스트릿 카니발이 진행 중이었는데 리우보다는 그래도 훨씬 안전하고 건전해 보였다. 다행히 아까와 같이 위험한 일은 두 번 발생하진 않아 약간은 경계를 풀어 스트릿 카니발을 즐겼다.

리우 스트릿카니발에 비하면 훨씬 안전하고 건전(?)해 보였다.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2시였다. 급하게 주변에 보이는 식당을 들어갔는데, 입장료를 따로 받았다. 한화로 약 만원정도였는데 무슨 레스토랑에서 입장료를 받지 했더니 알고 보니 공연을 즐기며 밥을 먹는 곳이었다. 처음엔 꽤나 비싼 가격에 다른 곳을 갈까 했지만, 그래도 뭔가 호기심이 더 앞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근데 안 들어왔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공연장 앞에선 브라질 느낌이 물씬 나는 음악을 연주하며 춤을 추는데, 브라질의 문화를 제대로 접할 수 있었다. 거기다 브라질에선 콩 메뉴가 유명하다고 해 우리나라의 비빔밥 같이 생긴 음식과 맥주를 한잔 시켜 공연을 즐기며 배를 채웠다. 음식도 정말 맛있었고 음악이 너무 신나 흥에 겨워 돈 생각은 하나도 나지 않을 정도로 너무 만족했던 점심이었다.

 

브라질스러운 공연과 함께

입맛도 한국인 입맛에 최적화된 요리였기 때문에 재미와 맛 모든걸 다 잡았다.

 단 하나 아쉬운 것은 내가 공연 중반부에 들어와 40분 정도밖에 이 공연을 보지 못했던 것뿐이었다. 이 공연 하나로 오늘 상파울루는 다 즐겼다고 생각해 호텔로 들어갔다. 호텔에 리모컨으로 티비를 트니 역시나 카니발 관련 채널부터 나왔다. 어제는 서서 카니발을 구경했기에 오늘은 편하게 누워서 카니발을 보기로 했다. 중간중간 채널을 돌려 보니 뉴스에 코로나 관련 얘기가 나왔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코로나의 심각성은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

한쪽에선 이렇게 신나게 카니발을 즐기고 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실감날 수가 없었다.

 카니발을 보다가 한숨 자고 일어나니 어둑어둑 해진 상태였다. 더 늦기 전에 저녁을 먹어야 할 것 같아 아까 스트릿 카니발을 보면서 근처의 맥도날드 집이 생각나 거기로 갔다. 카니발을 끝내고 뒤풀이로 사람들이 맥도날드를 왔는지 생각 이상으로 난장판이었다. 다행히 어찌저찌 주문을 받고 결제를 해 뭔가 일이 일어나기 전에 도망치듯이 나왔다. 하루 종일 긴장된 상태로 지낸 브라질을 끝내고 드디어 내일 첫눈에 반한 멕시코로 여행을 떠날 생각에 일찍 잠이 들었다.

브라질이라 특히 한적한 밤 거리는 더 무서웠다.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어떤 사람이 튀어나올지 모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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