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여행 - 37일 차 ; 브라질
어젯밤 강도를 만난 그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왠지 같이 다니면 안 될 것 같은 조합이지만, 오늘 만나서 예수상을 같이 오르기로 했다. 원래라면 걸어갈 생각이었지만 걸어 올라가게 되면 높은 확률로 강도를 만난다고 했다. 그래서 보통 트램이나 밴을 타고 간다는데 트램이 덥다고 얘기가 많아 돈을 좀 더 주고 밴을 이용하기로 했다.
해변 앞에서 결제를 한 다음 바로 밴을 타고 올라갔다. 예수상이 800미터 위에 있다고 들었는데 높은 곳 답게 올라가는 길이 정말 구불구불했다. 정상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침 일찍 와 있었다. 예수상을 보기 전 리우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를 먼저 갔다. 비행기에서도 느꼈지만 대도시답게 정말 건물들이 우리나라처럼 빼곡하게 있었고 저 멀리 그 유명한 '빵산'도 보였다.
이윽고 뒤태를 자랑하고 있는 예수상을 따라 올라갔다. 진짜 높은곳에 있는데 어떻게 여기에 예수상을 세웠을까, 대단하단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게다가 신기하게도 관리가 정말 잘되어있었다. 하지만 단 하나, 예수상을 제외하곤 그늘이 없어 중간중간 예수상 뒤로 가 햇빛을 방어해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수가 바라보는 방향이 부촌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높은 건물과 아름다운 경치가 보이는 것이였을까. 예수가 바라보는 대로 바라보니 리우의 시내와 빵산이 더 잘 보였다.
예수상과 컨셉사진을 몇 개 더 찍다가 너무 더워 도저히 더 있을 수 없어 천천히 내려가기로 했다. 기념품 샵에서 몇 개를 골랐지만 생각보다 너무 비싸 로컬 마켓에서 구매하기로 하고 시원한 밴의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내려갔다. 그 친구는 오늘 상파울루로 넘어간다고 해 다음에 다시 보자고 한 뒤 헤어졌다. 확실히 리우도 듣던 대로 날이 너무 덥다 보니 숙소 근처 빵집에서 빵을 산 뒤 숙소로 들어가 에어콘 바람을 맞으며 간단하게 끼니를 때웠다. 리우를 온 목적은 카니발 단 하나였기 때문에 일정이 아얘 없었어서 사실 그 친구가 예수상을 보러 가자고 하지 않았다면 아마 숙소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숙소에서 평화롭게 낮잠을 잔 뒤 늦은 오후가 돼서야 따분해져 다시 나갈 준비를 했다. 처음엔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수영을 할까 고민도 했지만, 혼자이기 때문에 짐을 봐줄 사람도 없어 좋지 않은 상황이 연출될 것 같아 수영복은 다시 얌전히 제자리에 놓았다. 일단 아르헨티나보다 비싼 브라질 물가에 환전을 추가로 더 해야 했다. 그래서 근처 환전소를 먼저 찾아갔다. 환전을 200달러 정도 더 한 뒤에 쪼리를 사러 갔다. 아까 예수상을 같이 본 친구가 브라질 국민 쪼리가 있다고 여기 오면 꼭 사야 된다고 하더라. 우리나라에도 들어온 브랜드지만 브라질에서 샀다는 분위기를 내기 위해 브라질 국기색으로 하나 구입했다.
신발을 산 뒤 해변 앞 스트릿으로 나가 다른 기념품도 구매하기 위해 구경에 나섰다. 브라질 국기가 그려진 나시 티 하나를 구입하고 싶었는데 내 눈에 들어오는 건 딱히 없었다. 한 흑형이 강매를 하려고 시도해 빨리 도망쳐나와 옆 부스로 갔다. 여기서 아까 예수상 기념품샵에서 본 디자인과 비슷한 예수상 모형이 있었는데 역시 스트릿이라 그런지 가격이 정말 저렴해 하나 구입한 뒤 숙소로 돌아가 짐을 놓고 다시 나왔다.
수영은 하지 못해도 해변은 봐야겠다는 생각에 구경을 나섰다. 세계적으로 정말 유명한 해변답게 지평선 너머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정말 아름다웠다. 남미에서 수영을 하려고 열심히 배워왔지만, 이 아름다운 해변에서 수영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쉬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이미 소지품을 한번 뺏긴 시점에서 경험보단 안전을 선택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저녁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노을을 보고 싶어 해변의 한 간이 바에 자리를 잡았다. 맥주 큰 병을 하나 시켜 노을을 안주삼아 먹었다. 이떄까지 본 노을 중에 가장 환상적인 노을을 보여줬다. 카니발을 제외하곤 올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브라질이었는데, 이 노을을 보고 난 뒤엔 왜 이토록 위험해도 찾아와야 하는지 알 법했다. 30분간 하늘에 펼쳐진 마법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질 뿐이었다.
맥주 바닥을 비울 때쯤 브라질 이과수를 같이 넘어갔던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지금 한국사람들이랑 같이 있는데 슈하스코를 먹으러 간단다. 환전도 했겠다 점심도 가볍게 먹었는데 저녁은 근사하게 먹겠다고 다짐해 '슈하스케리아'로 갔다.
듣던 대로 정말 고기를 들고 다니면서 필요한 사람이 보이면 바로바로 썰어주셨다. 하지만 무슨 고기인지는 잘 몰라 모든 종류의 고기를 한 번씩 먹어보고 그나마 입맛에 맞는 것들을 시켰다. 이러한 분위기와 무제한 고기 주문을 생각하면 비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가장 아쉬운 맛이 조금 약했다. 대부분 간이 쌘 고기가 많아서 입맛에 맞는 고기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거기다 고기와 같이 곁들일 브라질 대표 술의 한 종류인 '까샤사'를 시켰는데, 과일이 잘못된 건지 이 술도 내 입맛은 아니었다.
아쉬운 저녁을 끝내고 코파카바나의 밤바다를 구경하러 갔다. 위험하다고만 얘기한 브라질의 모습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해변을 따라 조깅을 하고 있었고, 여전히 바다에 들어가 노는 등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점점 브라질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보니 내일 카니발이 점점 더 기대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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