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여행 - 31일 차 ; 아르헨티나
값싸고 질 좋은 소고기를 아침부터 먹기 위해 오늘도 숙소 근처 햄버거집으로 갔다. 오늘 간 햄버거집은 좀 특이한 게, 절인 야채를 볶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볶은 김치 맛이 났다. 그런데 의외로 조합이 좋아 진짜 맛있게 먹었다. 왜 사람들이 김치를 술안주로 먹는지 조금은 알 수 있는 시점이었다.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평소에 쓰지 않는 왓츠앱으로 연락이 왔다. 자기가 경찰인데 내 여권을 주웠다고 했다. 하필 어제 대사관에 가서 여권을 신청했는데, 이미 여권을 신청하면 기존 여권을 찾아도 되돌릴 수 없다고 했다. 그래도 찾은게 어딘가, 일단 내가 이때까지 여러 나라들을 거치며 모은 스탬프를 찾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이었다.
경찰이 이탈리아 광장에서 만나자고 사진을 보내 왔는데, 아직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상태여서 의심부터 했다. 그래도 무엇보다 내 여권 스탬프를 찾는 게 우선이라 생각해 보내준 장소로 이동했다. 다행히 사람도 많은 광장인지라 동상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이 아들과 같이 와 내 여권을 전해줬다. 안 그래도 오늘 대사관에서도 연락이 와 여권을 찾으러 오라고 해서 바로 버스를 타러 갔다. 그런데 경찰도 같은 방향으로 간다고 해 같이 갔다. 내가 걱정돼서 같이 간 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대사관 근처는 안전하다고 느꼈었기 때문에 인사하고 내려 대사관으로 갔다.
스탬프가 아니여도 여권을 찾은 게 다행인 것이, 여권 분실 시 5년 안에 여권을 한번 더 분실하게 되면 여권 재발급 제한 등 큰 패널티가 생긴다고 한다. 분실 후 찾으면 그 패널티만큼은 지워준다고 하니 여러모로 다행이었다. 여권을 강도당한 후 찾는 것도 쉽지 않다고들 말하는데…
여권을 찾은 후 이번엔 잃어버리지 않도록 숙소 캐비넷에 넣어놓고 잠시 숙면을 취했다. 어제 아르헨티나에 사는 한국분에게 환전을 했었지만, 생각해보니 원래대로라면 우루과이를 넘어가 한 3일 정도 있을 생각이었으나 단수여권이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페소가 더 필요했다. 어제 만난 친구들에게 암 환전 정보를 듣고 시내로 나섰다. 나왔는데 아직 날이 더워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었다. 이만한 양이 100페소밖에 안 한다니, 역시 남미에서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물가를 생각하면 정말 저렴했다.
시내 구경을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한두명만 보이던 암 환전꾼들이 슬슬 많아지기 시작했다. 강도를 당하고도 음지로 들어가 암 환전을 하려고 하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은행에서 환전하기엔 정말 말도 안 되는 환율을 보여줬다. 어쩌면 암 환전이 사실 말이 안 되는 환율이겠지만.
무사히 환전을 마치고 오늘은 혼자였기 때문에 숙소 근처로 안전하게 돌아갔다. 팔레르모에 숙소를 잡은게 다행이었던 게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가로수길 같은 곳이라 그런지 새벽에도 정말 안전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오벨리스크가 보였는데 꽤나 아름다웠다. 역시 도시는 낮보다 밤이 더 화려한 듯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스테이크 집을 찾았다. 사실 아르헨티나 스테이크는 어딜가나 맛이 보장되어있는 느낌이라 구글맵에서 대충 숙소 근처에 보이는 아무 곳이나 집어 들어갔는데 역시나 성공했다. 오히려 어제 간 '라 브리가다'보다 더 훌륭했다. 엄청난 두께를 자랑해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거기다 더 좋았던 건 마늘장아찌 같은 것을 줘 마늘에 환장하는 한국인에게는 이보다 더한 반찬이 없었다. 어제 먹었던 메시 단골집인 '라 브리가다'보다 오히려 더 기억에 남았다. 저녁을 먹고 오늘은 얌전하게 숙소에서 한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에게 안부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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