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여행 - 28일 차 ; 아르헨티나
그냥 저렴한 가격으로 예약했던 호스텔에서 정말 마지막까지 아주머니가 너무 친절하게 대해줘 고마웠다. 짐까지 맡아준다고 했지만 오늘 일정이 매우 타이트했기 때문에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 뒤 버스 터미널에 짐을 맡기고 바로 모레노 빙하행 버스에 탑승했다. 엘 찬튼때 봤던 호수인지는 모르겠는데 물 색깔이 똑같았다. 이 역시 빙하의 녹은 부분이겠지?
버스를 탈 때부터 느낌이 좋진 않았는데 결국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빙하에 도착했을 땐 비가 그쳤는데, 대신 구름이 너무 많이 껴 해가 뜨지 않아 전체적으로 우중충해 보였다.
급하게 왔는데 또 빙하에 대해 하나도 찾아보지 않고 와 어디로 가야 할까 했는데, 버스 기사가 잘 모르겠으면 보트 투어를 하라고 추천해줬다. 그래서 사람들을 따라 보트 투어를 하러 갔다. 예매를 하고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 이미 빙하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해가 뜰 기미가 보이지 않아 흐리게 보이는 것이 너무 아쉬울 따름이었다.
빙하에게는 다행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여행 온 나에게는 흐린 날씨가 무엇보다 아쉬운 것이 빙하가 녹아내리는 것을 볼 수 없었다. 해가 있어야 빙하가 녹아 떨어지는데, 그 떨어질 때의 소리가 마치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가 난다고들 얘기해 궁금했지만 아쉽게도 볼 수 없었다. 여기서 만난 다른 사람은 몇 년 전에 왔을 때보다 확실히 빙하 규모가 줄어 너무 슬프다고 얘기했다.
모레노 빙하에서도 마찬가지로 파타고니아 티를 입고 왔다. 피츠로이 때도 정말 추웠지만, 여기는 빙하에다가 호숫바람까지 불어 정말 추워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파타고니아 옷을 입고 인증샷을 찍는 사람이 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옆에 있던 한 여자애도 자기도 파타고니아 옷을 입고 왔다면서 그 친구량 서로 꺄르륵댔다.
1시간 정도 진행하는 보트 투어 시간 동안 결국 녹아내리는 빙하는 보지 못한 채 더 위의 전망대로 올라갔다. 길을 몰라 걸어 올라가려고 하는데 한 외국인이 셔틀버스가 있다고 타고 가라고 알려주었다. 정말 걸어 올라갔었으면 아마 위의 전망대에 도착하자마자 시간이 부족해 바로 다시 내려와야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위에서 보니 빙하 규모가 정말 생각보다 어마어마했다. 보트 투어는 빙하의 정면만 보여주니 이렇게까지 빙하 규모가 클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빙하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매년 줄고 있다니... 한편으론 오늘 비가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역시나 가장 아쉬운 건 내가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버스 시간을 잘못 알아 엘 칼라파테에서의 시간이 없어 빙하를 구경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곧 버스시간이 다가와 전망대 앞 매점에서 빠르게 점심을 때운 다음 바로 버스를 타러 다시 돌아갔다. 보트 투어를 하지 말고 바로 전망대로 갔어도 괜찮았을 것 같았다. 뭐 이것도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으니 다음번에 아르헨티나를 다시 와야 할 이유를 만들었다 생각하고 넘어갔다.
국내선이라 정말 다행이었다. 엘 칼라파테 터미널에 도착하니 1시간 20분 정도 남짓했다. 바로 짐을 찾은 후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체크인을 하고 공항 내부에서 대기하는데 정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페루 리마에서 같이 저녁을 먹었던 친구들도 부에노스 아이레스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 친구들이랑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아르헨티나 땅덩어리가 정말 넓다고 느낀 것이, 엘 칼라파테에서 비행기를 타고 수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우리나라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가는 것보다 길었다. 덕분에 푹 자서 도착했을 땐 초롱초롱한 상태였다.
인원이 많으면 좋은 점이 음식을 여러 개 먹을 수 있는 것과, 택시비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컸다. 이 친구들과 같이 간 덕분에 공항에서 먼 시내까지 저렴하게 올 수 있었다. 서로 숙소에서 짐을 풀고 정리를 한 후에 중간지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내가 혼자이기도 하고 금방 짐 정리를 마쳐 일찍 약속 장소에 나가 시내를 먼저 구경하고 있었다.
다행히 중간 장소 바로 앞에 꽤 괜찮은 음식점이 있었다. 그래서 들어가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하나 시켜 먹었다. 우리가 시킨 스테이크는 마치 LA갈비같이 생겼었지만 두께감이 스테이크답게 꽤 있었다. 거기다 소고기 생산량 세계 2위의 나라답게 정말 맛있는 스테이크가 가격이 한화로 약 만원밖에 안 한다는 건 정말 감동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같이 밥을 먹은 두 친구 중 한 명은 내일 스카이다이빙을 하러 간다고 해 다른 한 친구와 내일 다시 보기로 했다. 헤어진 후에 숙소로 돌아가는데, 남미의 파리라는 별명이 왜 붙었는지 알게 되었다. 시내의 분위기가 정말 내가 원하는 도시 이미지의 그대로였다. 혼자 맥주 한잔을 하고 들어갈까 하다가 분위기만 좀 느낀 후에 내 인생 최악이 기다리고 있을 내일을 위해 일찍 들어갔다.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여행지 가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을 이용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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