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여행 - 33일 차 ; 아르헨티나
어제는 오래된 피자집이었다면, 오늘 갈 피자집은 아마도 아르헨티나에서 리뷰가 가장 많은(?) 집이었을 것이다. 무려 그 당시 구글 리뷰가 4만 5천 개가 넘는 곳이었다. 어제 간 피자집도 리뷰가 2만 개가 넘었는데, 이곳은 2배나 되었다. 두 곳 다 양파 피자가 시그니처인지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도 양파 피자를 먹고 있었고 직원 또한 양파 피자를 추천했다. 사실 어제 먹은 피자와 큰 차이는 없었고(둘 다 맛있었단 뜻이다.) 역시 이곳 치즈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환상적이었다.
점심을 나와 시내를 걷는데 마침 오늘이 주말이라 여기저기 장이 열렸다. 아르헨티나 국기를 본따 만든 팔찌와 아르헨티나가 적힌 티셔츠를 하나 구매했다.
길게 늘어져있는 장을 따라 구경을 하고 있는데 뜻밖의 인연을 만났다. 우유니 숙소에서 만난 한국분이셨는데, 그때 얘기했을 땐 루트가 많이 달라 못 볼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또 부에노스에서 만나게 되었다. 조식 먹을 때 잠깐 본 사이였는데도 남미에선 이상하게 한국 사람을 보면 반가웠다. 인사를 하고 내일 부에노스에서 저녁이나 한번 같이 먹자고 한 뒤 돌아갔다.
강도에게 베인 손가락 때문에 스카이다이빙도 못하고, 할 수 있는 건 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 밖엔 없었다. 그래도 확실히 남미에서 유럽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걸어다니는 것이 지루하진 않았다.
다리가 아파 중간에 스타벅스로 가 시원한 음료를 먹으며 시간을 때운 뒤 다시 나와 이곳저곳 걸어 다니다 보니 운 좋게도 핑크빛 노을로 물든 부에노스를 볼 수 있었다. 한 도시에 오래 있다 보니 마치 아르헨티노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괜히 또 뽕이 차올랐다.
오늘은 또 어떤 스테이크가 날 기다리고 있을까, 그냥 숙소 주변에 보이는 아무 곳이나 들어갔는데 여기는 1인석이 구비가 잘 되어 있었다. 스테이크를 시키니 기본적으로 에피타이저가 하나 나왔다. 뼈를 그릇 삼아 그 위의 조그마한 살을 떠먹는 것인데 이것 또한 별미였다. 하지만 메인으로 나온 스테이크는 정말 역대급이었다. 저번에 본 손가락 2마디보다 더 두꺼운 손가락 2마디 반은 돼 보였다. 고기를 써는데 칼이 정말 엄청 깊게들어갔다. 하루하루 인생 스테이크를 만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어쩌면 강도를 당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더 오래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매일같이 스테이크로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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