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여행 - 27일 차 ; 아르헨티나
불타는 고구마를 보기 위해 새벽 1시 반까지 란쵸 그란데 숙소 앞에서 만나기로 해 10시 반쯤 잠들었지만 2시간 만에 알람 소리와 함께 기상할 수밖에 없었다. 엘 찬튼은 데이터도 거의 터지지 않아 숙소를 나오면 무조건 약속한 시간과 장소에 도착해야만 했다. 다행히 정말 작은 마을이라 길이 어렵진 않아 어제 만났던 한국분을 다시 만났다. 다른 분이 한 명 더 있어서 3명이서 '불타는 고구마'를 오르기로 했다.
서로 인사는 하고 출발하려는데, 세명 다 길을 모르는 상태였다. 그래도 한 분이 블로그를 봤는데 길이 어렵지 않고 그냥 나져있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고 해 일단은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멍청하게 란쵸 그란데 옆길로 출발했다. 란쵸 그란데를 나오면 바로 왼쪽에 대놓고 피츠로이 가는 길이라고 적혀있는데...
가본적이 없으니 길을 잘못 들었을 거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치 못한 채 등산을 시작했다. 차라리 이곳에서 사람이라도 못 만났으면 아, 우리가 길을 잘못 들었구나라고 생각이라도 할 텐데 이곳으로 다니는 사람도 꽤나 보였다. 그래서 당연하게 계속해서 길을 올랐다. 보이는 길을 따라 계속 가는데 한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우리가 아까 맨 처음 만났던 란초 그란데였다. 이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아 지도를 보며 위치를 확인해보았다. 한 시간을 넘게 뺑뺑 돌아 결국 란초 그란데에 다시 도착하게 되었다. 결국 2시간이 지나 제대로 된 입구에 도착했지만 지금부터 출발해도 이미 봉우리 아래까지 가는 데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타협해 호수 앞 전망대에서 피츠로이의 불타는 고구마를 보기로 했다.
확실히 제대로 된 등산코스로 오니 길이 너무 잘 표시되어있었다. 봉우리 아래에서 호수로 난이도를 확 낮추니 생각보다 더 일찍 도착했다. 파타고니아에서 파타고니아 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다고 반팔까지 입고와 기다리는데 너무 추워 1분 1초가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도 우리만 있는게 아닌 다른 외국인도 여기서 기다리는 걸 보니 뷰 맛집은 확실하다고 느껴 참고 기다렸다.
길고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하늘이 점점 밝아짐을 느꼈다. 추위에 벌벌 떨며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달이 지고 해가 뜨면서 봉우리가 태양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왜 사람들이 불타는 고구마라고 부르는지 드디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길을 헤맨 탓에 더 가까이서 불타는 고구마를 보진 못했지만, 호수에서 보는 피츠로이의 장점도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그래도 호수에 비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길을 해메길 잘했다며(?) 서로 호수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다 보니 짧은 시간 동안만 볼 수 있는 불타는 고구마의 모습이 끝나가 하산하기로 했다.
산 위에서 엘 찬튼의 모습을 보니 그랜드캐년의 재림을 떠올렸다. 하산하는 것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몇 걸음 내려가면 사진 셔터를 누르기 바빠 예상보다 하산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엘 칼라파테로 돌아가는 버스를 예매한 뒤 마트에 들려 간단하게 빵을 사 와 먹었다. 2시간만 자고 등산을 해서 그런지 버스에서 정신없이 잠을 잤다. 덕분에 엘 칼라파테에 도착하니 정말 개운했다.
엘 칼라파테에 도착했는데 버스 정류장에서 우유니에서 1박2일 투어를 같이 진행했던 한 친구를 만났다. 오늘 그 친구도 여기 있을 거라고 해 저녁을 같이 먹기로 약속하고 시내에 저렴한 숙소를 예약한 후 들어갔다. 숙소 아주머니가 정말 재밌었던 게, 무슨 말끝마다 뻬르뻭또(Perfecto)를 외치는 상황이 너무 웃겼다.
짐을 풀고있는데 한 덴마크 친구가 내일 모레노 빙하를 가냐고 물었다. 그래서 간다고 했는데, 아쉽게도 시간대가 달라 같이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인사를 하고 저녁을 먹기 전까지 시내를 좀 둘러보기로 했다.
한 아이스크림집에 들렀는데 꽤 유명한 집인지 사람이 정말 많았다. 그만큼 아이스크림 종류도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내 눈에 띈 것은 다름 아닌 빙하 맛 아이스크림이었다. 2가지 맛으로 하나는 크림치즈 하나는 빙하 맛을 골랐는데, 사실 특별한 맛은 없었다. 그래도 오직 엘 칼라파테에서만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이기에 맛보다는 유니크함에 의미를 두었다.
시간이 되어 식당 앞으로 갔는데, 동행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연락해보니 숙소에서 만난 일본인 한 분을 데려온다고 했다. 사업차 아르헨티나를 방문하신 분이였는데, 아쉽게도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영어로 대화했는데 나이가 좀 있으심에도 불구하고 잘 맞았다. 마지막엔 그 아저씨가 일본에선 나이 많은 사람이 계산하는 거라며 값을 다 내줬다. 어쩐지 와인부터 스테이크 등 모든 메뉴를 다 직접 고르셨는데, 처음엔 그냥 음식에 대해 확고하신 분인가 했는데 다 계산하실걸 생각하고 오셨나 보다. 덕분에 정말 맛있는 음식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다음에 일본으로 놀러 가면 그 아저씨를 만나기로 약속하고 저녁 약속을 끝으로 숙소로 돌아가 내일 있을 바쁜 스케쥴을 소화하기 위해 일찍 잠에 들었다.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여행지 가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을 이용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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