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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세계 5대 미(美)봉

by 메르쿠리오 2021. 6. 4.

중남미 여행 - 26일 차 ; 아르헨티나

 

 이상하다. 눈을 떴는데 개운하다. 느낌이 싸해 휴대폰 시간을 봤더니 버스 출발시간 7분 전이였다. 진짜 다행히 짐을 거의 풀지 않고 자 미친 듯이 침대만 한번 훑은 후 모자를 쓰고 바로 나갔다. 어제 귀찮아서 버스터미널 바로 앞을 숙소로 잡았던 게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숙소를 나가 바로 버스에 짐을 싣고 아르헨티나의 '엘 칼라파테'로 출발했다. 중간에 긴장이 풀렸는지 도착할 때까지 남은 잠을 다 잤다. 

 원래대로라면 어제 엘 칼라파테에 도착해 오늘 빙하투어를 했어야 했지만, 버스 시간을 잘못 계산해 스케쥴을 다시 세워야 했다. 그래서 엘 칼라파테에 도착한 뒤 파타고니아 지방의 안데스 산맥 중 한 곳인 '피츠로이'를 보러 가기 위해 엘 찬튼으로 가는 버스를 예약했다. 나라가 바뀌었으니 환전도 해야 하고 점심도 먹기 위해 시내로 나갔다. 그런데 이날이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환전소가 오픈한 곳이 별로 없었다. 다행히 열심히 주변을 수색한 결과 환전소를 찾을 수 있었는데, 그곳에서 햄버거도 팔고 있어서 2층에서 환전을 한 후에 1층 식당으로 내려왔다. 환율도 관광지치곤 꽤나 잘 쳐주는 편이어서 여윳돈으로 100달러만 먼저 환전한 후 햄버거를 먹었다.

터미널 근처여서 그런지 그렇게 맛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아르헨티나에서의 첫 끼를 저렴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동네 구경할 시간은 거의 없이 바로 '엘 찬튼'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하필 내가 앉은 의자에 물이 고여있었다. 그걸 모르고 앉아버려 엉덩이가 다 젖게 되었다. 다행히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도와줘서 기사분이 수건 여러 장을 가져와 앉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엉덩이 부분이 젖은 상태에서 가는 것은 매우 불쾌했지만, 그래도 가는 동안 풍경이 정말 이뻤다. 이 길목이 마치 미국의 루트 66처럼 아르헨티나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국도라고 했다. 지나쳐보니 왜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 알 것 같았다.

도로 옆으론 빙하가 녹아 만들어낸 호수인지 정말 물빛이 아름다웠다. 그 위로 솜사탕 같은 구름은 덤.

 아름다운 풍경에 정신이 팔려 잠도 자지 않고(아마 엉덩이가 젖어서 잠을 못 잤겠지만) 계속 창밖을 보고 있었다. 2시간쯤 지났을까, 드디어 파타고니아의 산 중 하나인 '피츠로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물론 옷에 그려진 파타고니아의 산은 푸에르토 나탈레스에 있는 '토레스 델 파이네'로 알고 있지만, 피츠로이랑도 매우 모습이 흡사했다. 산을 좋아하긴 하지만 감탄이 나온 적은 없었는데, 저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설렜다. 

세계 5대 미봉 중 하나인 '피츠로이'는 정말 보자마자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피츠로이가 보이니 곧 마을에 도착한단 뜻이기 때문에 슬슬 나갈 준비를 했다. 아무래도 피츠로이에 온 이유는 일명 '불타는 고구마'라고 불리는 피츠로이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새벽 산행을 해야 해서 혼자 하기엔 뭔가 위험할 것 같았다. 마침 같은 버스에 누가 봐도 한국인처럼 보이는 분이 있어 말을 걸었다. 그분도 내일 새벽에 동행을 만나 산행을 한다고 해 같이 참여하게 되었다. 

 마을에서 피츠로이를 보니 새벽이 너무 기대가 되었다. 마을에서 봐도 이렇게 멋있는데, 더 가까이서 보면 얼마나 더 멋있을까. 마을 앞에는 피츠로이 등반 높이도 친절하게 적혀 있었다.

등산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자발적으로 등산해보고 싶다고 생각이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새벽 1시 반에 만나기로 해 그전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려면 숙소에 도착해서 바로 밥부터 먹어야 했다. 엘 찬튼 또한 물가가 비싸단 얘기를 많이 들어 드디어 남미에서 처음으로 음식을 해 먹기로 했다.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고 짐을 푼 후에 바로 근처 마트로 갔다. 파스타를 해 먹으려고 재료를 사는데 1인분도 없고, 베이컨이나 치즈 등도 얼마나 넣어야 할지 감이 안와 대충 짐작 가는 대로 구매했다. 베이컨과 치즈는 너무 아까워서 정말 많았지만 재료를 다 때려부었고, 남은 파스타면은 숙소에 기부했다. 간단하게 먹고 자려고 했었는데 결국엔 배가 터지도록 먹어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양이 미친듯이 많았다. 숙소 불도 약해 치즈도 잘 녹지 않아 덩어리째 소스랑 범벅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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