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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피날레 이벤트

by 메르쿠리오 2021. 8. 27.

중남미 여행 - 44일 차 ; 멕시코

 

 멕시코의 마지막 날이 돼서야 같은 방을 쓰고 있던 네덜란드 친구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자기가 아는 한국 친구가 있다면서 운을 띄우더니, 나중엔 조식도 같이 먹게 되었다. 때마침 오늘 조식이 타코였기 때문에 아침을 거를 수 없었다. 그 친구와 캐나다 친구 한 명, 총 세 명이서 같이 조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오늘 떠난다고 하니 일찍 말을 걸어 친해질걸 이러면서 아쉬움을 내비쳤다.

들은게 별로 없는데도 멕시코에서 먹는 타코는 정말 맛있었다. 심지어 무한리필!

 이때까지 너무 급하게 달린 느낌이 있어 마지막날인 천천히 공원 산책을 하면서 선물이랑 기념품 살 것들을 정하기로 했다. 어제까진 그렇게 추웠던 멕시코가 오늘은 또 포근한 날씨를 보였다. 마지막 날이라 여유롭게 도시를 구경하니 나무에 이쁜 꽃이 달려있다는 것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여유가 생기니 주변의 사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멕시코에게 보라색은 정말 잘 어울렸다.

 멕시코시티에서 가장 큰 공원인 '차풀테펙 공원'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한 지하철 역에서는 마치 영국 런던의 지하철 상징인 튜브를 그려넣어 진짜 영국에 온듯한 느낌을 주었다.

음식빼고 다 좋았던 런던, 음식에 미친 내가 런던을 좋아하게 될 줄이야. 정말 영국도 다시 가고 싶은 곳 중에 하나였다.

 차풀테펙 공원에는 성이 하나 있는데, 이 성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지불해야 했다. 하필 마지막날이라 돈이 넉넉치 않아 결국 내부는 구경하지 못하고 산책이나 마저 하기로 했다. 중간에 쉬어가기 위해 벤치에 앉았는데, 다람쥐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지 벤치를 막 돌아다니는 게 정말 신기했다.

다람쥐도 다람쥐지만, 자주 있는 일이라서 그런지 미동도 없는 할머니도 대단했다.

 코로나의 심각성이 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다른 기념품보다 마스크를 사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차풀테펙 공원 근처 약국을 5군데나 돌아다녔지만, 전부 하나같이 한 중국인이 마스크를 쓸어갔다고 말을 했다. 브라질에서만 코로나 뉴스를 보고 여기서는 마스크를 쓰는 사람도 없거니와 코로나 관련 기사도 없었기에 심각한 줄은 몰랐는데, 가는 곳마다 마스크가 없다고 하니 꽤 많이 심각하다고 느껴졌다. 결국 저 멀리멀리 걸어가 한 약국에서 겨우겨우 구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많이는 사지 못했다.

대충봐도 질이 좋아보이진 않는 싸구려 마스크인데도 불구하고 구하기 힘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실감은 나지 않았었지.

 마스크를 사겠다고 공원에서보다 더 오래 걸었더니 더워지기 시작했다. 마침 근처에서 망고를 파는 노점상이 보여 당 보충도 할 겸 망고를 하나 사서 먹었다. 쌩 길바닥에서 파는거라 시원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확실히 익어서 그런지 정말 달달하고 맛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비싸서 못먹은 과일들을 지겹게 먹을 수 있는게 해외여행의 큰 장점 중 하나이지 않을까.

 당 보충을 끝내고 지하철역까지 다시 걸었다. 내가 걸어간 곳이 꽤나 큰 지하철인지 앞에 큰 광장이 있었다. 운좋게도 한 밴드가 공연을 하는 중이었는데, 사실 멕시코 가수가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밴드다 보니 신이 나 노래를 좀 듣다가 내 숙소가 있는 소깔로 광장으로 갔다.

멕시코시티에서 소깔로 광장 다음으로 활기가 도는 곳 같았다. 젊은 사람들도 많은 걸 보니 대학로 느낌도 나고...

 오늘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기내식을 먹지 않을까 싶어서 피곤함만 좀 깨우기 위해 카페라떼랑 내가 좋아하는 당근케잌을 하나 시켜서 간단히 먹었다. 카페를 좋아하기도 해서 자주 가지만, 정말 멕시코 물가는 갈 때마다 놀라는 것 같다. 이렇게 시켰는데 우리나라의 절반 가격인 100페소(약 6천 원)밖에 안 한다니...

마스크를 찾으러 여러 군데를 다녀 지쳐있던 나에게 카페는 회복을 선사해 주었다.

 공항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뭘 할까 생각하다가 그저께 예술궁전을 전망대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말이 떠올라 멕시코시티 전망대로 갔다. 남은 돈을 탈탈 털어 위로 올라가니 멕시코시티도 확실히 대도시인 느낌이 바로 들었다. 타이밍도 좋게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할 때쯤 올라와 실시간으로 예술궁전의 점등을 볼 수 있었다.

대도시인 멕시코시티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고, 멕시코시티의 자랑인 예술궁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노을이 지는 것까지 다 본 뒤 호스텔에서 짐을 찾고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여기서 변수 없이 한국으로 돌아갈 중남미가 아니지, 공항버스를 타고 가는데 모바일 보딩패스를 확인해보니 갑자기 내 비행기가 캔슬이 되었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래, 일단 공항에 도착해 직원에게 물어봤다. 지금 한국이 코로나 확산국이라 갈 수 없다고 말을 했다. 여기 있어서 실감을 못하는 건가, 얼마나 심각하면 비행기가 캔슬될 정도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럼 선택지가 어떤 게 있냐고 하니 한국으로 가는 항공편이 줄은 거라 다음 주까진 기다리면 직항이 나올 거라고 했다. 이미 당장 짐도 다 싸놓은 상태이고 돈도 바닥이 나버렸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고향이 그리워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더 빠른 방법은 없냐고 하니 일본을 거쳐서 갈 수 있다고 했다. 근데 그마저도 이틀 후였다.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어 일단 그걸로 표를 바꿨다. 그래도 아에로멕시코가 정말 다행인 게, 호텔 숙박과 택시, 식권을 제공해 주었다. 호텔로 가 체크인을 하고 심심해 티비를 트니 여기도 코로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한국 기사로 찾아보니 멕시코인 2명이 이탈리아 여행을 하고 멕시코로 돌아와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되어 있었다. 아빠한테 전화를 하니 한국은 지금 지옥이나 다름없다고 돈은 보내줄 테니까 멕시코에 2주 정도 더 있다가 오라고 했지만, 그래도 이미 한번 집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을 먹으니 더 이상 여행할 기운이 남지 않았다.

결국 일본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가는 것을 선택했고, 식권과 호텔 이용권, 택시 이용권 등을 제공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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