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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멕시코 속 이집트

by 메르쿠리오 2021. 8. 14.

중남미 여행 - 41일 차 ; 멕시코

 

 이집트에 피라미드가 있다면, 멕시코에는 테오티우아칸이 있다. 물론 규모로 봤을 땐 이집트가 압도적이기도 하고 사실 멕시코의 피라미드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테오티우아칸을 가려고 했던 이유는 피라미드가 아닌 그 근방의 동굴 안 레스토랑이었다. 개인적으로 식당에서 맛만큼 중요한 것이 인테리어라고 생각하는데, 사진을 본 순간 아 여기는 무조건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여행 막바지라 거의 빈털털이 상태였기 때문에 더 이상 택시나 우버를 이용하긴 힘들었다. 멕시코 대중교통이 워낙 위험하단 얘기들을 많이 했었지만, 경유할 때도 한번 타 보았고 그 위험하다고 하는 브라질에서도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잘 이용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거부감 없이 지하철을 탔다. 내부에 경찰도 많고 크게 위험하단 느낌은 들지 않았다.

소깔로 광장 지하철역 앞 모습. 이번에는 무임승차는 절대 하지 않기 위해 교통카드를 바로 구매했다.

 터미널에서 버스로 갈아타 약 1시간정도를 달리니 테우티우아칸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조식을 먹고 나왔지만 앞에서 찐 옥수수 같은 간식을 팔고 있길래 하나 사서 먹었다. 태국에서 먹었던 바나나 밥 같은 것을 생각하고 먹었는데, 그것보단 훨씬 맛있었다.

그래도 은근히 수분이 있어 생각보다 목맥히거나 그러지 않고 먹을만했다.

 테오티우아칸은 그늘이 없어 모자가 필수라고 해 우유니에서 산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갔는데, 안가져왔으면 큰일 날뻔했다. 팔다리야 뭐 남미 곳곳을 다니면서 이미 쌔까맣게 타버려 상관은 없었지만, 두피에 열이 오르는 것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게다가 멕시코시티는 고산지대인데 피라미드를 오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막막했다.

정말 그늘이라곤 보이지 않았던 땡볕의 '테오티우아칸'. 그래도 날씨 하나는 정말 끝내줬다.

 고산때문에 너무 고생을 많이 해 아타카마에 내려온 이후론 고산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멕시코시티 정도는 고산 초입부여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피라미드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계단 하나하나 높이가 정말 높은데 높이도 꽤나 높아서 중간에 몇 번을 쉬었는지를 모르겠다. 그래도 확실히 정상에서 보니 탁 트인 전경과 태양의 피라미드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사실 달의 피라미드가 아닌 태양의 피라미드를 올랐어야 죽은 자의 길을 제대로 볼 수 있는데, 달의 피라미드를 올라보니 태양의 피라미드까지 오를 자신이 없었다.

물론 달의 피라미드에서 보는 죽은자의 길도 멋있었지만, '태양의 피라미드'에서 일직선으로 펼쳐진 길을 못봐서 아쉬웠다.

 테오티우아칸에 왔을때부터 거슬렸던 게 하나 있는데, 바로 주변 상인들이 파는 호랑이인지 재규어인지 동물소리를 내는 피리 같은 것을 판매하고 있었다. 근데 이게 소리가 생각보다 엄청 커 깜짝깜짝 놀래 처음에는 엄청 거슬렸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기념품 하나는 사야겠다고 해서 관심을 갖고 하나 구매한 다음 열심히 불어봤다. 그런데 상인들이 불 때는 분명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는데, 내가 부니까 폐활량이 약한 건지 소리가 상인들처럼 크게 나진 않았다. 그래도 60페소(한화로 약 3,600원) 정도였기 때문에 친구 선물로는 부담은 없었다.

생각보다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나름 폐활량 늘린다고 수영도 열심히 해갔는데...

 죽은자의 길까지 순회한 다음 구경도 어느 정도 다 끝나 이곳에 온 원래 목적인 동굴 음식점으로 향했다. 입구부터 이미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거기다 내부로 들어오니 잔잔한 동굴 소리를 음향효과로 해놔 더욱 분위기 있었다. 가격은 멕시코 물가를 생각했을 때 꽤 나갔지만, 인테리어에서부터 이미 합격점이었기 때문에 가격은 중요하지 않았다.

딱 보자마자 이곳은 꼭 가야겠다고 생각한 동굴 레스토랑인 '라 그루타'. 외관만큼 맛도 상당히 괜찮았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하나같이 뒤에 보이는 계단으로 초를 들고 올라갔다. 대충 들어 보니 초를 들고 올라가는 이러한 의식행위(?)를 하면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것을 담고있다고 한다. 물론 지금도 좋지만 새로 태어나는 느낌을 내기 위해 나도 초를 들고 올라가 보았다.

새로 태어난지는 모르겠지만, 기분 전환은 확실히 되었던 것 같다.

 의식을 치른 뒤 다시 멕시코시티로 돌아가기 위해 먼저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거기서 과일을 파는 아저씨가 계속 Rico(맛있어요)를 외치길래 하나 구매해서 샀다. 시원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당도가 높아 맛있게 먹었다.

전체적으로 괜찮았지만, 충격적인 사실 하나는 초록색 막대기가 메론이 아닌 오이였다는 것...

 다시 터미널로 돌아와 아직 시간이 좀 남아있어 이왕 나온김에 기념품도 살 겸 월마트로 갔다. 미국 브랜드지만 멕시코에 있는 것 답게 살게 정말 많았다. 특히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멕시코 술인 데낄라와 그 데낄라가 들어간 초콜릿을 구매했다. 그 외에도 멕시코의 나초치즈와 다른 먹을거리들도 잔뜩 사서 갔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고 미국에서 볼 수 있는 '월 마트'. 대형 마트답게 기념품을 사기에 정말 편했다.

 오늘 우유니에서 아타카마로 가는 투어에서 만난, 아르헨티나에서도 만난 그 친구가 멕시코를 경유해 한국을 간다고 연락이 왔다. 그 친구가 저녁까진 먹고 야간비행으로 간다고 해 소깔로 광장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우리도 그쪽으로 이동했다. 웬일로 사람이 없는 광장에 산책 온 강아지 두 마리만 눈에 띄었다.

서양국가에서 작은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잘 보지 못했는데, 개를 무서워함에도 불구하고 이 작은 개들은 너무나도 귀여웠다.

 오늘은 다른곳에서 야경을 보기로 해 해가 지고 난 뒤 멕시코 예술궁전으로 갔다. 멕시코에선 처음 보는 건물이었는데 이름에서부터 예술이 들어간 것 답게 야경이 정말 예술이었다. 특히 예술궁전의 돔 야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이걸 위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나중에 시간이 되면 위에서도 한번 더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소깔로와 가까워 위치도 좋고 이름값 하는듯이 정말 아름다웠던 '예술궁전'.

 그 친구가 멕시코를 떠나기 전 진짜 타코를 먹고싶다고 해 경유해 첫날에 왔던 진짜 타코 집을 데려갔다. 역시나 위생적으로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그 손맛이 잊혀지지 않아 한번 더 왔는데 언제나 그랬듯이 정말 맛있었다. 거기다 타코 하나에 천 원이라니, 가격마저 착해 최고의 로컬 푸드가 아닐까 생각했다.

아저씨의 손맛 덕인진 몰라도 짭짤하니 정말 맛있었던 리얼 멕시칸 '타코'.

 그 친구와 밥을 먹고 공항버스를 타는것까지 본 뒤 숙소로 돌아갔다. 내일은 내가 해외여행할 때 반드시 들리는 곳, 놀이공원을 가는 날이기에 기대감에 벅차 일찍 자기로 했다. 숙소에서 테라스 쪽에 바람소리가 들려 창밖을 바라봤는데, 소깔로 근처라 그런지 역시나 아름다웠다. 오늘 밤과 내일 아침을 기대하며...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테라스의 모습이라 그런지 더 아름답고 기억에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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