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여행 - 18일 차 ; 볼리비아, 칠레
해가 뜨기 전 새벽 5시에 출발을 하기로 했는데 얼어붙은 몸 때문에 밍기적대다보니 그보다 살짝 늦게 출발을 했다. 덕분에 출발하기 전 국립공원 숙소 앞에서 일출을 보게 되었다.
길 같지도 않은 길을 한참을 달리더니 간헐천에 도착했다. 마치 작은 화산활동이라도 할 것처럼 여기저기서 유황가스를 뿜어대고 있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유황가스 속으로 들어가 봤는데, 엄청난 파마약 냄새가 나 금방 빠져나왔다.
유황가스를 탈탈 털어내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자연이 만들어낸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실외 온천이 있었는데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온천을 즐기고 있었다. 역시 서양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에 비하면 덜 예민한 것 같다. 우리는 물기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찝찝해서 잘 안 하는 반면 옷도 훌러덩 벗고 온천으로 들어가는 걸 보니...
그 주변으로는 마치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직접 보는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여기에 사는 비쿠냐라는 동물들이 따뜻한 물 위에서 걸어 다니는 걸 보는데, 정말 자연 그 자체의 경이로운 모습이었다.
온천을 즐기라고 1시간이나 줬지만 결국 우리들 중 아무도 온천에 들어가지 않아 예상보다 더 일찍 출발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칠레의 아타카마로 가는 길이라 그런지 점점 사막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온천에서 일찍 출발해서 그런지 다른 차는 거의 볼 수 없었다. 잠깐 차에서 내려 풍경을 보고 있을 동안 단 2대의 차량밖에는 보지 못했다.
투어의 막바지에 도착했는지 가이드가 짧은 영어로 뭐라 뭐라 했다. 볼리비아-칠레 국경에 도착하기 전 호수에서 볼리비아의 마지막을 담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볼리비아에는 소금사막만 특별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좋은 경험이었다.
출국심사가 끝난 후 1박 2일 동안 고생한 가이드에게 인사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고생 많이 했는데 팁이라도 줄 걸, 그냥 보낸 게 미안했다. 칠레 입국심사를 진행한 후에 아타카마로 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버스에 타자마자 놀랐던 게 확실히 볼리비아는 남미의 최빈국이라는 걸 느꼈다. 볼리비아에선 길이 어딘지도 모르고 그냥 가이드가 가는 대로 오프로드를 달렸는데 칠레는 입국심사대부터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로 가는 길까지 깔끔한 포장도로가 깔려있었다. 칠레가 남미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라고 들었는데 덕분에 가는 길은 정말 편안했다.
또 하나 좋았던 것은 드디어 고산지대의 막바지에 온 것이었다. 입국심사대는 고도가 약 4600m 정도 되었는데 45분 만에 약 2200m를 내려와 아타카마는 2400m 정도의 비교적 낮은 고도여서 볼리비아에 비하면 정말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숨쉬기가 편했다. 아무래도 고산으로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고도를 내려간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마을에 도착하니 낮 12시쯤 되어서 예약한 숙소부터 갔다. 여기서 만난 친구는 내가 예약한 숙소에 자리가 없어 근처의 다른 숙소로 예약을 했다. 숙소로 가는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아타카마가 거리 뷰 한 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고개만 돌리면 화산이 보였는데 이게 세상 멋있었다. 그냥 숙소 테라스로 나와 화산만 봐도 행복해 질정도로 뷰가 너무 멋있었다.
1박 2일 동안 같이 간 팀원들과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냥 괜찮아 보이는 곳에 가 자리를 잡았는데, 볼리비아의 물가만 생각하다가 큰코다쳤다. 볼리비아보다 가격이 2~3배는 뛰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남미에서 물가가 비싼 편이라고 말만 들었는데, 페루와 볼리비아를 지나와서 그런지 더 가격차이가 심하게 느껴졌다.
점심을 먹고 친구에게 달의 계곡을 갈 거냐고 물어봤지만 가지 않는다고 해 투어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 숙소에서 예약을 진행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아타카마에 있는 달의 계곡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중 한 곳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유명한 스팟이 현재로는 위험하다고 판단이 되어 이제는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입구에서부터 정말 물기 하나 없이 건조한 느낌이 팍팍 들었다. 달의 계곡에서 가장 먼저 본 것은 자연적으로 풍화된 'Tres marias(3명의 마리아)'였다. 이름을 들은 후 다시 보니 정말 피에타의 모습을 띄우는 것 같아 보였다.
이전에 가본 사막이라고는 페루의 '와카치나'밖에 없어서 정말 아름다운 오아시스를 끼고 있는 마을을 연상했지만, 달의 계곡은 정말 사막 그 자체였다. 너무 척박하고 건조했고 햇빛도 피할 수 없어서 살이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여기서부터는 그냥 여름이라 기온도 30도에 육박해 다시 고산병이라도 온 듯 한걸음 한걸음 걷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사이사이로 아타카마에서 시내에서부터 봐온 화산을 보면 어느 정도 치유가 됐다. 원래는 도시를 정말 좋아했는데, 화산이 이렇게 이쁜지 칠레에 와서 처음 알았다. 나중엔 저 화산을 가는 투어가 있다면 꼭 한번 경험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투어의 마지막은 일몰 스팟으로 이동했다. 혼자 앉아서 일몰을 바라보는데, 이때 정말 크게 외로움이 몰아쳤던 것 같다. 일몰을 바라보는 동안 낭만적인 아름다움과 고독이 계속해서 교차했던 것 같다.
투어를 마치고 시내로 돌아와 친구에게 연락을 해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가이드가 추천해준 간이식당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는데 꽤나 괜찮았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사막인데도 불구하고 페루에서 정말 맛있게 먹었던 '세비체'가 있었다. 어떻게 사막인데도 세비체가 있을까 생각하다가도 고민 없이 그 메뉴를 시켜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한국인에게 엄청 유명한 아타카마 십자가 별 무덤을 갈까 하다가, 어차피 별 사진도 찍을 줄 모르는데 그냥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사실 유튜브 몇 분만 투자하면 별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 텐데, 그 당시에는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그런 의욕이 들지 않았다. 덕분에 칠레에도 다시 가야 할 이유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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